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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허리디스크 인생 회고록

nopsled 2024. 5. 7. 07:02

난 대략 2014년도나 2015년도부터 허리가 약했던 것 같다. 가끔 출퇴근 하면서 요통을 겪었고 한의원에서 침을 맞거나 정형외과에서 물리치료를 봤었고 길어봤자 한달 이내에 어느정도 다 나았던걸로 기억을 한다.

나는 항상 출퇴근이나 누군가를 만나면 가방에 거의 항상 맥북 프로와 충전기를 들고 다녔는데 어쩔땐 노트북 가방에 넣고 어쩔때는 백팩에 넣어서 다녔다. 그 당시 아이폰4인지 아이폰6인지 썼었는데 배터리가 빨리 닳았고 나는 이게 마음이 많이 불안했었다. 그렇기에 노트북으로 충전을 하기 위한 용도도 있었으나 노트북으로 자질구레한 일들을 많이 할 수 있었기 때문이 더 컸던 것 같다. 그런데 맥북 프로 특성상 무게가 2.02kg이고 충전기는 대략 300g 정도는 되는거 같은데 2.3kg를 메고 복잡한 지하철과 버스를 타면서 다녔던 행동들이 쌓이고 쌓여 내 허리에 무리를 주게한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리고 16년도 군대에 입대하고 각개전투를 하면서 바닥에 위를 보며 엎드리고 왼쪽 오른쪽 발로 밀면서 철조망 밑으로 기는 훈련을 했었는데 몇번 하다보니 숨 쉬기가 힘든 요통이 왔던게 기억이난다. 그렇다고 엄청 아프거나 그렇진 않았는데 허리가 원래부터 안좋았던게 아닌가 싶기도하다.

17년도쯤에는 여름에 유격훈련하면서 지옥의 체조 8번을 하면서 또 요통을 겪기 시작했다. 다리는 그러려니 하는데 허리에 요통이 와서 숨이 잘 안쉬어졌던게 기억이난다. 그렇다고 안하기에는 갈굼 당할게 뻔했고.. 억지로 어쩔 수 없이 열심히 했었었다.

그러다 20년도에 아버지랑 집안 벽지 도배를 하게됐다. 그때 당시에 귀찮다고 긴 도배지 하나로 시작부터 끝까지 천장을 도배하는데 풀 먹은 도배지는 무거워서 계속 떨어지려고 하고.. 나와 아버지는 계속 떨어지는 도배지를 잡으며 안떨어지게 까치발도 딛고 허리를 살짝 옆으로 구부려서 열심히 도배를 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 행동들이 허리가 무리가 왔었는지 다리가 살짝 저렸던걸로 기억을 한다.

그렇게 벽지 도배의 무리가 있고난 후 아버지가 어느 병원을 추천해줘서 거기에서 인생 처음으로 허리 MRI를 찍었고 의사는 별 말은 없었던 걸로 기억을 한다.(20년도에도 디스크가 터졌다고 들었던 것 같다) 그 이후에는 스테로이드 성분이 들었다는 C-ARM 주사(씨암주사, 일명 신경주사)를 허리에 한번 맞았던 걸로 기억을 하는데. 거짓말 같이 일주일 안에 아팠던 허리가 나았던 것 같다.

그러다 23년도 3월쯤 캠핑 뽐뿌가와서 캠핑 장비들을 대거 구입하기 시작했다. 지금 기억으로는 200~300 정도는 쓴 것 같은데 비싸긴 했으나 하나하나 장만해가는 재미가 있었다.

그러고 5월쯤에 승용차에 캠핑 장비들을 테트리스 하기 시작했고 트렁크가 꽉차고 뒷좌석도 거의 꽉 찼던 걸로 기억한다. 그렇게 실미도유원지로 출발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당시 텐트를 고정하기 위해 처음 샀던 기본 팩을 이용해서 팩다운을 했는데 고운 흙? 모래?로 쌓인 지형이다보니 바람이 불면 인정사정 없이 뽑혀버렸다. 게다가 첫 텐트이다보니 어떻게 치는지도 잘 몰랐고 노지이다보니 A라는 위치에 텐트를 치고 있으면 A 뒤에 있던 캠퍼가 B 위치로 가라하길래 B가서 쳤더니 너무 붙어있지 않냐고 A쪽 넓으니까 A로가라 하다가 결국 3시간만에 A앞에 치게 되었는데 못생긴 텐트가 만들어졌다. 이 3시간 동안 계속 텐트를 들고 옮기고 뽑았다 팩다운 했다가 너무 힘들었다.

내가 왜 이 이야기를 하냐면 거실이 딸려 있는 리빙쉘 텐트의 무게는 거의 20키로 이상이다. 아마 기억하기론 내 텐트의 중량이 23kg로 기억하는데 무거운걸 드는 방법을 몰랐던 나는 100% 허리만 사용해 텐트와 장비들을 집과 차에서 뽑아내기 시작했고 허리가 계속 닳기 시작했다.

그렇게 23년 8월까지 1박 2일의 캠핑을 4~5번 했던 것 같은데 이런 무리한 캠핑을 하면서 방사통(좌골신경통)이 더욱 심해지기 시작했고 온도차 때문인지 방사통 때문인지 못가게 되었다.

이 다리 저림은 처음엔 거슬리는 정도로 시작했으나 어느정도 불편하더니 엉덩이와 다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참다 참다 23년도 8월쯤 아버지가 추천해줬던 병원에 다시 가게 됐다. 거의 3-4년만에 다시 병원에 와서 이전에 찍었던 MRI를 보고 오래됐으니 한번 찍어보자 했던 것 같은데 비용 때문에 좀 그래서 안찍고 그냥 신경주사를 몇번 맞았던 걸로 기억을 한다.

그러다 의사분께서 꼬리뼈를 통해 병변 위치에 신경주사를 다이렉트로 쏠 수 있는 카테터 시술을 얘기했었고 220이라는 비용에 대한 부담감이 있기도 했고 그렇게 까지는 할 고통은 아니였다.

그렇게 낫겠지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다리 저림과 통증이 조금씩 더 심해져갔다. 그래서 중요한 약속이 있을때마다 한번씩(대략 3주에 한번이나 2주에 한번씩) 가서 신경주사를 맞고 한 일주일간 다리 저림과 통증이 없어지는 효력을 봤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맞으면 3일정도 지난 후에 다시 아파오고 그랬던 것 같다.

23년도 12월에 노래방에서 술을 마시다가 집에 가려는데 방사통이 너무 심해서 제대로 걷질 못하고 70-80대 노인분들이 걸을때 절뚝 거리는 것처럼 허리가 20도 정도 굽은 상태로 택시를 타고 집에갔다. 당시 허리를 피려고하면 방사통이 더 심해져서 허리의 굴곡을 선호했기 때문에 자동으로 허리가 굽어졌다. 이제와서 드는 생각이지만 술이 염증 반응을 일으켜 방사통이 더 심해지지 않았나 싶다.

올해 1월에 나는 도저히 나을 기미가 안보여서 의사분께 MRI를 찍겠다고 말씀을 드렸고 5번 6번 디스크(정확히는 요추5번 천추1번)가 터졌다고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신경주사를 5-6번 정도 더 맞았던 걸로 기억한다. 이때는 몰랐으나 방사통(다리가 저리고 통증이 오는)이 점점 더 심해지면서 인터넷과 정선근 교수님의 백년허리1을 보면서 MRI 보는법이나 디스크가 무엇이고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알게됐다. 그래서 알게된건 5,6번 디스크가 터져서 수핵이 흘러나와 MRI 상에서 내 디스크는 수분을 잃어 검은색으로 변해갔고 흘러나온 수핵이 배측신경절에 닿아 염증반응이 생겨 방사통이 생겼다는 걸 알았다.(해당 MRI가 2020년도인지 2024년도인지 잘 모르겠으나 첨부한다)

그렇게 의사분께서 1부터 10까지의 통증을 말해보라 하길래 한 6-7 정도 된다고 말씀 드렸던 것 같다. 그랬더니 디스크 제거술 중 양방향내시경을 추천했고 수술과 670이라는 비용이 겁이난 나는 하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허리에 칼을 대고 싶지 않았다.

나는 다시 동네 다른 재활의학과에 가서 너무 아팠던 꼬리뼈 신경주사를 두 번 맞았고, 도수치료와 물리치료를 받았으나 일주일 정도만 방사통이 없어지고 별 도움을 받지 못했다.

나는 평상시에 거의 재택으로 일을 하고 있지만 가끔 회사에 상주해서 모의해킹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오곤 하는데, 마침 그 상황이 닥치고 말았다. 우리집에서 구로디지털단지까지 대략 1시간 정도가 걸리는데 이정도면 할 수 있겠다 싶어서 우선 일주일만 해보자하고 출퇴근을 했었다. 아침에 일어났을땐 조금의 방사통과 뻐근함이 있었는데 출근할 때 집에서 나와 버스를 기다릴때까지는 어느정도 괜찮았다. 그런데 그 수많은 지하철 인파속에서 왔다갔다 하는게 무리가 있기 시작했고, 오후 3-4시 정도가 되면 방사통이 조금씩 더 심해지기 시작했다.
일주일 중에 3일 정도를 경험하고 안되겠다 싶어서 재택근무로 해도 되냐고 여쭤본 후 다행히 재택근무로 전환했고 방사통은 한씨름 놨다.

나는 그렇게 백년허리를 읽으며 허리를 자연치유 할 수 있다는 생각과 유투브 댓글을 보면서 ‘허리디스크로 수술하는거 아니에요.’ 했던 사람과 ‘허리에 손대면 절대 돌아올 수 없습니다. 시간이 약이에요.’ 했던 사람들의 말들이 나에게 자연치유라는 자신감을 안겨줘서 매주마다 다른 방식으로 통증이 줄어드는지를 체크했다.
한 주는 점심에 커피를 사러갈 겸 산책할 때 허리보호대를 차고 걸었고, 다른 한주는 허리보호대 없이 걸었으며, 다른 한주는 최대한 집에서 누워만 있으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나는 걷는걸로 내 허리가 좋아진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고, 그냥 누워서 있는게 방사통이 가장 줄었다고 생각이 든다.

아무튼 나는 방사통이 조금씩 심해져갔고 일주일에 두번 정도 하던 외출이 한번이 되고 버스와 지하철을 타면서 하던 외출이 점차 차로 바뀌게 되었다. 점점 더 심해지는 방사통 때문에 술도 못마시고 놀지도 못하면서 집에만 있는 내가 너무 우울하고 불쌍했다. 특히나 술을 마시고 난 후에는 방사통이 너무 심해서 다리가 잘리는듯한..? 다리를 빨래 하듯이 쥐어짜는듯한 통증을 느꼈다.

평상시에는 꼬리뼈에 심장이 있는 것처럼 아팠다 안아팠다하고 걸을때마다 오른쪽 엉덩이 밑쪽(좌골)을 빨래짜듯이 짜는 아픔이 느껴지며 무릎뒤 햄스트링?이 굳은거 마냥 펼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아파서 다리를 제대로 가누질 못하겠더라. 그런데 이게 많이 걸으면 걸을수록 방사통 증상이 너무 심해지기 시작했다.

방사통이 너무 심해져서 이제는 3분 걷고 쪼그려 앉아서 쉬고 1분 걷고 또 쉬고 뛰지도 못하는 상황에 이르러 일상생활이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고 지인이 추천해준 병원에 방문해서 MRI판독을 요청했다. 그런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내 디스크의 경우 협착기질이 있어 자연치유가 절대 불가능하다고 했다. 자연치유가 가능한 디스크는 대부분 툭하고 튀어나와있지만 나는 흘러내린? 디스크라 했는지 무튼 수술 밖에 답이 없다고 하셨다.

그리고 통증이 어느날은 덜하고 어느날은 더 심해지고 했던건 좋아지고 있는게 아니라 30만큼 신경이 눌려있던게 몸이 적응하게되면 어느정도 통증이 덜하다고 느껴지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여기서 1이라도 조금 더 눌리게되면 다시 아프다고 느껴지는거라고 하셨고, 30대에 이정도면 심한거고 60년 정도를 더 산다고치면 이 허리는 60년간 쓸 수 있는 허리가 아니라고 하셨던게 기억이 난다.

회사와 상의하며 고심한 끝에 결국 5월 8일에 단방향내시경 수술을 예약했고 이를 통해 튀어나온 디스크를 제거한다고 한다.

이제 30살이 된 나. 벌써부터 허리가 이렇게 되면 미래에는 어떻게 될까 싶은 생각이 들어 우울하기도 하지만 아무쪼록 이 수술이 잘되어 지금 만큼은 다시 원만한 일상생활을 할 수 있으면하며 이 글을 줄이도록 하겠다. 물론 단방향내시경 수술 후기도 다시 작성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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